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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스터 입양을 준비하면서



  햄스터는 귀여운 생김새의 설치류 소동물로, 어린 아이들이 많이 기르는 애완동물입니다.

  햄스터는 번식력이 매우 좋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입양할 수 있고, 마트 등 주위에서 참 흔하게 볼 수 있는 애완동물 중 하나입니다.

  또한 햄스터의 수명은 2년 내외로, 애완동물 중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합니다.


  햄스터 양육은 사육환경, 사육비용 등에 있어 덜 까다롭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햄스터는 결코 사육하기 쉬운 동물이 아닙니다.



  햄스터 양육이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햄스터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햄스터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에 비하여 현저하게 지능이 낮은 동물입니다.

  먹이사슬의 최하에 위치하는 햄스터는 자신을 양육하는 거대한 덩치의 인간에 대하여 '주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햄스터에게 핸들링 훈련을 통하여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인간의 존재에 대하여 인식시킬 수는 있지만, 다른 고지능 애완동물처럼 자신을 양육하는 인간을 주인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따라서 양육자가 반려 햄스터에게 많은 애정을 투여하였다고 해서 햄스터가 반드시 양육자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개체에 따라서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을 양육하는 인간을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햄스터 입양을 준비하며, 햄스터 커뮤니티에서 꽤 많은 햄스터 양육자들이 자신이 기르는 햄스터가 친밀감을 느끼지 않고 도리어 자신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에 불만 혹은 의문을 품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햄스터 입양을 준비하기 전에 자신에게 되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내가 햄스터에게 사랑을 준만큼 햄스터에게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데, 양육하는 햄스터의 생애에 걸쳐 이 사실에 태연할 수 있는가?



둘째, 햄스터는 몸이 약하고 수명이 짧습니다.


  햄스터는 소동물입니다.

  즉, 인간의 관점에서는 용인되는 당연한 것들이 햄스터에게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인간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될 것 없는 소량의 화학성분이 햄스터에게는 치사를 야기할 수 있다거나, 건강 검진을 위한 소량의 혈액 채취가 햄스터에게는 치사량으로 작용하여 검진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정말 간단한 질병 치료가 되지 않는다거나, 인간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틈이 햄스터의 생사를 결정짓는다거나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덩치가 작은 햄스터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햄스터에게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햄스터를 둘러싼 위협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고, 꾸준한 관심만이 기르는 햄스터의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양육에 있어 오히려 더 많은 수고가 따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햄스터의 수명은 2년 내외이며, 햄스터는 몸이 약하고 그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잦습니다(근친교배로 태어난 햄스터의 경우 유전병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더욱 수명이 단축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햄스터를 기를 때 미숙함으로, 또는 예기치 못한 요인들로 인하여, 혹은 햄스터의 본래 수명이 짧기 때문에 햄스터의 죽음과 어린 나이에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큰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정서 교감을 위하여 햄스터를 기른다는 이유와 불합치한 부분이기에, 햄스터 입양 전 햄스터의 특성에 대하여 충분하게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햄스터 양육이 까다롭기 때문에, 햄스터 입양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햄스터 입양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얼마나 잘 충족할 수 있는가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1. 한 마리의 햄스터에게 넓은 공간(120L 이상)을 제공해줄 수 있는가?


  햄스터를 입양하게 되면, 햄스터는 평생을 인간이 제공하는 양육 공간에서 살아야 합니다.

  좁은 공간에 햄스터를 기르게 된다면, 햄스터는 얼마나 평생을 갑갑하게 보내야 할까요?

  아마 좁은 공간에 갇힌 햄스터는 편안함을 느끼기 보다는, 감옥에 갇혀있는 기분일 것입니다.

  야생의 햄스터의 활동 반경은 20~30m라고 합니다.

  물론 인간이 양육을 하는 시점에서 야생의 환경을 온전히 갖추어 주기엔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햄스터의 습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생활 환경-넓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양육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양육 공간에 대하여 많은 논쟁이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양육 공간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입니다.

  드워프 햄스터이든 골든 햄스터이든, 최소한 120L 리빙박스 크기 이상의 공간에서 햄스터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브리더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드워프 햄스터는 68L 리빙박스 크기 이상의 공간도 괜찮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 68L의 공간은 햄스터가 평생을 살아가기에 너무 작다고 생각합니다).

  이 120L라는 수치는 단지 최소 공간을 의미할 뿐입니다.

  최저시급이 '피고용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의미하듯, 120L라는 수치도 햄스터의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수치를 의미할 뿐 반려 햄스터의 복지를 위해서는 더 큰 사육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햄스터는 영역동물이기에 자신의 영역에 다른 동물이 침범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 때문에 여러 마리 햄스터들의 합사는 햄스터들 간 싸움 및 죽음을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한 공간에 한 마리의 햄스터를 길러야 합니다.

  로보로브스키(사슴 햄스터)의 경우에는 여러 마리의 햄스터를 같은 공간에 합사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넓은 공간이 제공될 때 가능한 것으로 좁은 공간에서의 합사는 카니발리즘(동족 포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로보로브스키 합사에 있어 넓은 양육 공간 제공의 조건을 만족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합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로보로브스키 이외의 햄스터를 기를 때는 반드시 한 공간에 한 마리의 햄스터를 길러야 하며, 로보로브스키 햄스터 양육 시에도 가급적 합사를 피하며, 로보로브스키 햄스터의 합사를 시도할 때에는 반드시 충분한 사육 환경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2. 사육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가?


  햄스터는 다른 애완동물에 비하여 사육 비용이 현저하게 적은 편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햄스터를 처음 입양할 때 필요한 물품 구매비용을 제하면 달마다 들어가는 햄스터 양육 비용은 3만원 안팎이라고 하니, 경제력이 갖추어진 성인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이 햄스터를 양육하게 되었을 때는 이러한 비용이 매우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반대로 햄스터를 몰래 키우거나, 본인의 용돈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의 햄스터 양육은 불안정하기에 양육을 말리고 싶습니다.

  영양소 비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품질의 값싼 사료나 햄스터에게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을 지닌 값싼 나무 베딩을 사용하고, 용품 구매가 부담이 되어 베딩을 자주 갈아주지 않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수 햄스터가 합사하여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복자궁에서 잉태되는 새끼들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경제력이 불안정한 사람은 이를 절대로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에서 지내는 햄스터는 절대 행복할 수 없으며, 양육자의 이기심을 위해 햄스터를 가두게 되는 꼴입니다.

  애초에 적절한 환경에서 기를 수 없다면 햄스터 양육을 포기해야 합니다.



3. 햄스터를 파양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햄스터 양육에 있어서 양육자 본인만 잘하면 된다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정말 다양한 외부 변수가 햄스터 양육에 작용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햄스터 양육으로 인한 소음 발생, 가족구성원의 임신 또는 출산, 새로운 반려동물의 입양, 군입대 및 유학, 이사 등의 외부 변수가 햄스터 양육에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많은 양육자들은 이러한 이유들로 '분양'이라는 미명하에 기르던 햄스터를 '파양'하곤 합니다.

  그러나 상술했듯, 햄스터의 수명은 매우 짧으며 누군가가 파양한, 나이 든 햄스터를 선호하는 양육자는 거의 없습니다.

  적법한 방법으로 기르던 햄스터를 분양(파양)하지 못하면, 파양자는 억지로 주변인에게 떠넘기고 도망치거나 그조차도 어렵게 되면 기르던 햄스터를 '유기'하게 됩니다.

  유기된 햄스터들은 제때 구조되지 못하면 100% 사망하게 됩니다.

  한국의 야외 환경은 본래 시리아 등지에서 살던 햄스터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절대로 되지 못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에 야외에 방사하였을 때는 온도 문제로 100% 얼어 죽게 되며, 길고양이나 쥐약 등의 위협 요소가 외부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유기한 햄스터는 절대로 야외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파양자 또는 유기범들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사연을 늘어놓으며 생명을 책임지지 못한 행동에 정당화를 합니다.

  일부 개념 없는 파양자들은 입양 비용을 운운하며, 자신이 기르던 햄스터의 목숨을 지폐 몇 장보다 가볍게 취급하는 태도를 취하곤 합니다.

  이러한 어이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하여 햄스터의 특성에 대하여 사전에 공부하여 이에 대하여 이해해야 하며, 햄스터 양육에 앞서 2년 내 파양 사유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지 자신의 양육 환경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님과 같이 거주하는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님과 햄스터 입양 전에 이에 대하여 충분히 상의를 거친 후 입양을 고려해야 합니다.




  작고 연약한 하나의 생명체를 입양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신중함, 정보가 필요합니다.

  부디 햄스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햄스터를 입양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